[글마당] 텃밭
한 해를 다시 보내고 나니 이 저녁 엄마가 더 그리워져 고향 생각에 뜰 앞에 나섰는데 오늘도 잘 살았다고 손짓하는 담장 아래 꽃들 엄마가 좋아했고 내가 좋아했지 채송화 봉선화 국화… 담장 넝쿨이 근사했던 흙담 높이 해 질 녘 반짝이던 똘망똘망 땡감들 뒤뜰을 지키던 싸리나무 상추 고추가 정답게 자라고 작은 나를 내려다보던 참죽나무 봄이면 새순들 밥상의 귀한 손님이 되어 주었지 보랏빛 싱그러운 포도 넝쿨까지 먹거리 풍성했던 내 어릴 때 살던 집 새로운 옛이야기 만들고 싶어 나도 텃밭 있는 집을 사서 화초 가득 심고 과일나무도 심어야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오손도손 살면서 친구들과 새들 놀러 오면 앞치마 가득 행복을 나눠 줘야겠다. 엄경춘 시인글마당 텃밭 담장 넝쿨 저녁 엄마 채송화 봉선화